김성수
[프리즘] 이-팔 전쟁과 광화문 월대 복원
1년 넘게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전쟁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지난 10월 7일,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의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대규모 로켓 공격을 하면서 세계의 화약고라고 불리는 중동에서도 전쟁이 시작되었다. 아랍 국가들과 이스라엘과의 정치, 종교적 분쟁은 1948년 이후 수차례에 걸쳐 전면전 수준의 전쟁을 벌여 왔다. 필자는1967년 벌어진 6일전쟁 (3차 중동전쟁)과 같은 전설적인 이스라엘의 전쟁 일화를 들은 기억이 많다. 이천 년 이상 디아스포라를 딛고 건국한 나라를 지키겠다는 유대인들은 전세계에서 앞다투어 자원 입대하였고, 객관적으로 절대 약세였던 전쟁을 대승으로 이끌어 영토를 확장했다는… 70년대 우리도 국가에 대한 충성과 개인적 희생이 요구되던 시기였나 싶다. 이집트를 비롯한 아랍 국가의 집권 세력의 무능함이나 정치적 욕심보다는 유대인들의 단결력이나 애국심이 더 강조되었던 것 같기도 하다. 두 번 이상 반복된 역사는 반드시 다시 일어난다고 어느 역사가가 말했던가? 이번에도 역시 유대인들은 정부의 동원령에 예비군 소집 연령이 넘어서도 자원하는 등, 전세계에서 귀국하려는 예비군들로 각국 공항이 붐비고, 이스라엘 인구 900만의 4% 수준의 30만을 넘어서고 있다고 한다. 이스라엘 건국 이후, 조상이 살던 땅에서 쫓겨나 9m의 시멘트 담장으로 둘러싸인 척박한 가자지구와 서안지구로 강제이주당한 팔레스타인으로서도 생존의 문제로 시작한 전쟁이겠지만, 결코 쉽지 않을 것 같으니 안타깝다. 이-팔 분쟁으로 민간인 포함한 수많은 인명피해 속에서도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 혹은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는 각기 다른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을 것이다. 분단상황을 포함하여 미국의 혈맹(?)인 우리에게도 균형감 있는 외교 뿐만 아니라 다양한 측면에서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전쟁은 무고한 희생을 강요한다는 점에서 없어야 되고, 빨리 끝나야 하겠지만, 대부분의 인류 역사가 전쟁을 통해서 이뤄진 것도 사실이고, 전쟁을 대비하지 않고 평화를 지킨 사례는 없다는 것을 수많은 역사들이 증명하고 있다. 최근의 전쟁과 관련된 정치가의 발언 중에 정의로운 전쟁 VS. 비겁한 평화, 혹은 이긴 전쟁 VS. 더러운 평화 같은 자극적 문구와 함께, 사실 검증이 안된 이완용의 "나쁜 평화라도 전쟁보단 낫다"라는 발언과 대비시켜 특정 정치인의 안보관이 도마에 오른 적이 있다. 팩트 체크와 해당 발언의 문맥 파악의 면밀한 과정을 거쳐야 적절한 비판이 될 것이다. 가치의 기준이 선과 악, 전쟁과 평화처럼 극단적 이분법적 사고가 만연한 사회에서는, '선한 전쟁 VS. 악한 평화' 같은 극단적 선택으로 몰고 가면, 현혹(?)될 수도 있을 법하다.
지난 10월 15일에 광화문 월대가 복원되었다. 1996년엔 구총독부 건물인 중앙청이 철거되었다. 물론 보존과 철거에 대한 분분한 찬반 의견들이 역사적 의미를 포함하여, 필요기술, 비용 등 다양하게 검토되고 국민 여론 수렴 과정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승만 대통령이 최초 지시한 이후 40년이 훨씬 지나서였다. 이번 광화문 월대 복원에는 현판의 배경과 글자색의 오류를 바로잡고 월대를 구한말인 약 150년전 모습으로 복원했다. 그런데 중앙청 철거 때와는 의사결정과정이 달랐던 듯하다. 논란의 여지는 굳이 목조도 아닌 석조 전각에, 기록을 살펴보면 세종도 복원을 거부했던 월대를 이렇게 서둘 필요가 있었는가 하는 점도 있다. Y자로 휘어진 차선으로 생길 불편을 벌써부터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반면, 세계문화유산인 창덕궁의 정문인 돈화문은 목조 전각으로 지난 2020년 월대가 주위환경에 맞춰 개선, 복원되었다. 고증을 통한 정확한 사실 검증과 철저한 여론 수렴 없이 월대복원만으로 국민 소통이 원활하다고 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 잘못된 해석, 사실이 아닌 근거를 바탕으로 극단적 편가르기를 할 것인가? 팩트 체크와 함께 다양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 비단 월대 복원만이겠는가? 기왕 1000억 이상의 국비와 지방비를 사용하여 복원된 광화문 월대가 국민들의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상징적 공간으로 자리잡기를 바란다.
김성수 충남대 에너지과학기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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